10여 년 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을 지켜본 적이 있다.

당시 나는 그저 흥미로운 이벤트 정도로 생각했다. 서양에서는 이미 체스 챔피언과 컴퓨터의 대결이 있었고, 이번 대결 역시 잠시 사람들의 관심을 끌다가 사라질 이야기라고 여겼다.

게다가 체스와 달리 바둑만큼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서기까지 한참 걸릴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대국이 하나씩 끝날 때마다 내가 느낀 감정은 단순한 흥미가 아니었다.

놀라움, 절망, 그리고 막연한 두려움.

이세돌이 마침내 한 판을 이겼을 때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짜릿함마저 느꼈다.

그렇게 하나의 이벤트라고 생각했던 대결은 끝이 났다.

그리고 몇 년 뒤, 이세돌은 바둑계를 떠났다.

처음에는 알파고에게 패배한 충격 때문인가 싶었다. 그러나 인터뷰에서 그가 밝힌 이유는 내 생각보다 훨씬 근본적이었다.

그는 인공지능을 경험한 뒤 자신이 바둑을 계속 둬야 할 이유에 회의를 느꼈다고 했다.

당시 나는 그의 은퇴를 안타까워하면서도, 그가 느꼈을 감정이 무엇인지는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어느덧 나는 개발자가 되어 있었고, 세상에는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씩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ChatGPT가 공개되었다.

개발자로서 호기심을 참을 수 없었던 나는 공개 직후부터 써보기 시작했다.

첫인상은 놀라웠다. 재미있었고, 답변도 제법 그럴듯했으며, 개발에도 꽤 쓸모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AI가 개발자를 대체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을 때, 나는 속으로 비웃었다.

'이게 개발자를 대신해 코드를 짠다고? 웃기지 마. 적어도 10년은 더 걸릴걸.'

내 눈에 비친 당시의 AI는 주니어 개발자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나뿐 아니라 많은 개발자가 비슷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한 가지를 간과했다.